인공지능이 만든다던 앱, 그 마법의 정체
코딩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마치 피자를 주문하듯 손쉽게 자신만의 앱을 가질 수 있다. 화면 속 친절한 인공지능 ‘나타샤’에게 원하는 기능을 고르기만 하면, 나머지는 인공지능이 알아서 만들어 준다. 이것이 한 스타트업이 전 세계 창업자들에게 던진 매력적인 약속이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했고, 중동의 거대한 국부펀드까지 지갑을 열었다.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한때 약 15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 원 안팎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 매끄러운 마법의 뒤편에는, 지구 반대편 인도에서 밤새 직접 코드를 짜던 약 700명의 사람 개발자가 있었다. 그리고 2025년, 이 회사는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완전한 인공지능이라던 기술이 왜 사람 없이는 단 한 줄의 코드도 만들지 못했는지, 그 전말을 따라가 본다.

피자를 주문하듯 앱을 만든다는 약속
이 회사가 내세운 개념은 강력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은 오랫동안 전문 개발자의 영역이었고, 창업자들은 비싼 외주 비용과 긴 개발 기간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그 모든 과정을 인공지능이 대신해 준다고 말했다. 고객이 앱의 기능을 메뉴처럼 고르면, 나타샤라는 인공지능이 필요한 부품을 조립하듯 앱을 완성한다는 것이었다. 마치 레고 블록을 끼우듯, 누구나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가질 수 있다는 꿈이었다. 이 개념은 흔히 ‘노코드’ 혹은 ‘로우코드’라 불리는 흐름과 맞닿아 있었고, 인공지능 붐과 겹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제작이 민주화된다는 이 비전은 투자자와 언론 모두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매끄러운 약속의 뒤에는, 처음부터 아무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진실이 하나 숨어 있었다.

세계적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한 이유
투자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이 회사의 신뢰도는 단숨에 올라갔다. 여기에 중동의 대형 국부펀드까지 합류하며, 회사가 끌어모은 누적 투자금은 4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기업 가치는 약 15억 달러에 이르렀고, 이 회사는 순식간에 업계가 주목하는 유니콘으로 떠올랐다. 유니콘이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하는 말이다. 인공지능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이 회사의 비전은, 때마침 불어온 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더욱 부풀어 올랐다. 투자자들은 이 회사가 거대한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화려한 숫자 뒤에는, 정작 투자자들조차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방이 하나 있었다. 그 방의 문을 열자, 이 신화의 토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도에 있던 700명의 방
그 방은 인도에 있었다. 나타샤라는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앱을 만들어 준다고 광고하는 동안, 실제로 화면 뒤에서 코드를 짠 것은 약 700명에 이르는 사람 개발자들이었다. 고객이 앱을 주문하면 그 요청은 조용히 이 개발자들에게 전달됐고, 그들은 밤낮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하나하나 손으로 구현했다. 인공지능이 했다고 알려진 그 모든 결과물이, 사실은 사람의 노동에서 나온 것이었다. 물론 회사는 인공지능이 개발을 ‘보조’한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무게중심은 사람 쪽에 훨씬 크게 기울어 있었다. 나타샤는 똑똑한 조수라기보다, 사람의 작업을 감춰 주는 매끄러운 가면에 가까웠다. 이처럼 사람이 하는 일을 인공지능이 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관행을 업계에서는 ‘AI 워싱’이라 부른다. 겉으로는 첨단 기술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의 손이 대부분을 감당하는 구조였다.

첫 폭로: 나타샤의 진짜 얼굴
의문을 처음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한 경제 전문 매체였다. 이 매체는 회사의 전직 직원들과 내부 자료를 근거로, 나타샤가 실제로는 사람이 하는 일을 인공지능처럼 포장했다고 보도했다. 한 전직 직원은 회사가 파는 것이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만든 소프트웨어였다고 증언했다. 이 폭로는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인공지능 붐이 한창이던 시기, 수많은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서비스에 인공지능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과연 저 인공지능은 진짜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이 회사에게 진짜 치명적인 문제는 기술의 진위 논란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곳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바로 돈의 문제였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할 수 없었던 이유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할 수 없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첫째, 앱을 만드는 일은 정해진 부품을 끼워 맞추는 단순 작업이 아니었다. 고객마다 원하는 기능이 제각각이라, 매번 새로운 판단과 창의가 필요했다. 둘째, 작은 오류 하나가 앱 전체를 멈추게 만들었다.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고 고치지 않으면 완성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없었다. 셋째, 고객의 모호한 요구를 알아듣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었다.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빈틈을 메우는 것은 경험 많은 개발자였다. 그래서 회사는 인공지능을 내세울수록 뒤에서는 더 많은 개발자를 붙여야 했다. 자동화를 표방할수록 오히려 인건비가 늘어나는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이 회사는 정말로 돈을 벌고 있었을까.

즉시 완성이라는 약속과 몇 주간의 현실
약속과 현실의 간극은 앱 한 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광고 속에서는 고객이 버튼 몇 개를 누르면 인공지능이 곧바로 앱을 완성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도의 개발자들이 몇 주에 걸쳐 코드를 직접 쓰고 다듬어야 결과물이 나왔다. 즉시 완성되는 마법이라던 서비스가, 실제로는 사람이 오랜 시간 매달려야 하는 느린 외주 작업이었던 셈이다. 이 간극은 단순한 과장 광고를 넘어 사업 구조 자체의 문제로 이어졌다. 사람이 많이 필요할수록 앱 한 개를 만드는 원가가 높아졌고, 그럴수록 회사가 이익을 내기는 어려워졌다. 겉으로 보이는 자동화와 뒤에서 벌어지는 수작업 사이의 거대한 간극은 결국 회사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지점으로 흘러갔다. 편리함이라는 상품의 진짜 원가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무너진 신화: 설립부터 파산까지
이 회사의 궤적을 시간순으로 살펴보면 흥망의 그래프가 뚜렷하게 그려진다. 2016년, 창업자는 누구나 앱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회사를 세웠다. 2018년 무렵부터는 나타샤라는 인공지능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몇 년 동안 대형 투자가 이어졌고, 기업 가치는 2조 원 안팎까지 치솟았다. 겉으로는 거침없는 성공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5년, 매출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회사가 발표한 매출과 실제 매출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뢰가 흔들리자 자금줄이 막혔고, 회사는 투자금을 대부분 소진한 채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한때 인공지능 혁명의 상징으로 불리던 회사가, 불과 몇 달 만에 붕괴한 것이다. 수백 명의 개발자와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고, 회사를 믿고 앱 제작을 맡겼던 고객들은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멈추는 혼란을 겪어야 했다. 화려한 기업 가치와 유명 투자자의 이름표는, 정작 위기가 닥쳤을 때 아무것도 지켜 주지 못했다.

그림자가 된 사람들의 목소리
현장의 목소리는 화려한 발표 뒤에 가려진 진실을 보여 준다. 이 회사에서 일했던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밤새 짠 코드가 인공지능의 작품으로 소개될 때의 씁쓸함을 털어놓았다. 고객은 나타샤가 앱을 만들었다고 믿었지만, 정작 그 코드를 짠 사람의 이름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이처럼 첨단 서비스 뒤에서 눈에 띄지 않게 일하는 노동을 흔히 ‘유령 노동’이라 부른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여러 인공지능 서비스의 상당수도,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이 데이터를 다듬고 오류를 바로잡으며 돌아간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지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 사람을 더 많이 숨겨 둔 셈이었다. 이 개발자들의 노동은 회사의 성장을 실제로 떠받친 기둥이었지만, 그 공로는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에 모두 돌아갔다.

숫자로 본 회사의 민낯
숫자는 이 이야기의 무게를 정직하게 말해 준다. 인공지능을 내세웠던 이 회사의 뒤에는 약 700명의 사람 개발자가 있었다. 회사가 끌어모은 투자금은 4억 달러가 넘었고, 한때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약 15억 달러에 이르렀다. 완전한 인공지능이라는 이름표 하나에 이만큼의 사람과 돈이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첨단 기술의 상징이던 이 회사는, 알고 보면 사람의 손에 가장 깊이 기대고 있었다. 이 숫자들은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우리가 무엇을 놓치기 쉬운지 보여 준다. 화려한 시연 영상과 높은 기업 가치만으로는 그 기술이 실제로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을 사람에게 의존하는지 알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난 숫자와 그 이면의 구조 사이에는 넓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마법사의 몰락이 남긴 것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회사를 세운 창업자가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마법사라 부르며,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다녔다. 그의 화술과 비전은 세계적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사람이 이렇게 많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인공지능이라 부르기 어려웠다.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그가 쌓아 올린 신화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화려한 말솜씨로 세운 제국이, 정작 그 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이다. 이 사례는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교훈을 남긴다. 가장 똑똑해 보이는 인공지능 뒤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사람의 노동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번에 어떤 서비스가 ‘완전한 인공지능’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한 번쯤 그 화면 뒤편의 방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마법처럼 보이는 기술의 값은, 결국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조용히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