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겟 260개가 쏟아진 드라이브스루
단 한 번의 주문에 치킨 너겟 260개가 화면에 쌓였다. 손님이 아무리 그만하라고 외쳐도 인공지능은 멈추지 않았다. 아이스크림 위에는 베이컨이 얹혔고, 물 한 잔을 부탁했더니 버터가 222달러어치나 담겼다. 이 어처구니없는 장면들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그리고 2024년 6월, 세계 최대의 햄버거 기업 맥도날드는 IBM과 함께 3년 넘게 공들인 인공지능 드라이브스루 주문 시스템을 100개가 넘는 매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왜 인공지능에게는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을까.

미래의 드라이브스루라는 꿈
이야기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드라이브스루 창구 앞에 늘어선 긴 자동차 행렬은 패스트푸드 업계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주문을 받는 직원의 속도, 소음, 실수가 모두 대기 시간을 늘렸다. 맥도날드는 여기에 인공지능이라는 해법을 꺼내 들었다.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손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주문을 받으면, 직원은 음식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고 줄은 훨씬 빨리 줄어들 것이라는 그림이었다. 인건비 절감과 속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구상이었다. 미래의 드라이브스루가 눈앞에 온 듯했지만, 이 자신감 뒤에는 사람의 말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치밀해 보이던 계획
맥도날드의 계획은 치밀해 보였다. 2019년 음성 인식 스타트업 아프렌테(Apprente)를 인수해 자체 기술 조직을 꾸린 뒤, 2021년에는 이 조직을 IBM에 넘기며 본격적인 협력에 들어갔다. 두 회사는 자동 주문 시스템(Automated Order Taking)을 미국 내 100개가 넘는 매장에 시범 설치했다. 목표는 분명했다. 직원의 도움 없이 인공지능이 스스로 주문의 95%를 정확히 처리하는 것이었다. 마이크와 스피커, 그리고 음성 인식 인공지능이 결합된 이 시스템은 완벽에 가까워 보였다. IBM이라는 기술 대기업의 이름값도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실제 드라이브스루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조용한 실험실의 그것과 전혀 달랐다.

주문이 엉키기 시작했다
현실의 드라이브스루는 조용한 실험실이 아니었다. 창밖에서는 엔진 소리가 울리고, 뒷좌석에서는 아이가 떠들고, 라디오가 흘러나왔다. 인공지능은 이 소음 속에서 손님의 진짜 주문을 골라내야 했다. 문제는 곧바로 터졌다. 손님이 한 번 말한 주문을 인공지능이 엉뚱하게 알아듣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시켰더니 그 위에 베이컨이 얹히고, 물 한 잔을 부탁했더니 버터가 222달러어치나 담겼다. 가장 유명한 장면에서는 손님이 아무리 멈추라고 말해도 화면 속 치킨 너겟 숫자가 260개까지 치솟았다. 이런 오류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매장의 신뢰와 손님의 인내심을 함께 갉아먹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오류가 일어나는 방식이었다. 인공지능은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한 채, 확신에 찬 태도로 엉뚱한 항목을 계속 추가했다. 손님이 아무리 말려도 시스템이 멈추지 않는 모습은, 기술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수천만 번 재생된 영상
이 소동을 세상에 알린 것은 손님들이 직접 찍어 올린 짧은 영상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두 여성이 등장하는 영상 하나가 폭발적으로 퍼졌다. 화면 속 인공지능은 이들이 주문하지도 않은 치킨 너겟을 계속 담았고, 숫자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웃음과 비명이 뒤섞인 채 한 손님이 “그만, 그만요!”라고 외치는 장면은 수천만 번 재생되며 인공지능 주문의 상징처럼 굳어졌다. 사람들은 이를 보며 웃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브랜드의 이미지가 ‘똑똑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엉뚱한 실수 덩어리’로 각인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손님이 직접 겪은 황당한 경험 하나가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영상들은 인공지능 도입이 곧 ‘더 나은 서비스’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기술이 준비되지 않은 채 무대에 오르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보여 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의 어려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첫째, 드라이브스루는 소음의 한복판이었다. 자동차 엔진과 바람, 뒷좌석의 대화가 손님의 목소리와 뒤섞였다. 둘째, 사람마다 말투와 억양이 제각각이었다. 같은 메뉴도 부르는 방식이 저마다 달라 인공지능을 자주 혼란에 빠뜨렸다. 셋째, 주문은 끊임없이 바뀌었다. 손님은 말하다 말고 마음을 바꾸고, 중간에 메뉴를 빼거나 더했다. 넷째, 패스트푸드의 조합은 거의 무한에 가까웠다. 세트와 토핑, 사이즈가 얽히면 경우의 수가 폭발했다. 이 네 가지 변수가 겹치는 실제 매장에서, 95%라는 목표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95%와 85% 사이의 간극
숫자는 냉정했다. 맥도날드가 내건 목표는 직원 개입 없이 주문의 95%를 정확히 처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러 보도에 따르면 실제 정확도는 약 85% 안팎에 머물렀다. 언뜻 큰 차이가 아닌 듯 보이지만, 이는 주문 5건 중 1건꼴로 직원이 뛰어나와 바로잡아야 했다는 뜻이다. 줄을 줄이려 도입한 인공지능이 오히려 직원의 손을 한 번 더 빌리게 만든 셈이다. 손님은 답답해했고 직원은 지쳐 갔다. 자동화의 목적이 효율이었는데, 그 효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이 시스템은 도입 취지 자체를 스스로 배신하고 있었다.

5년의 흐름: 인수에서 철수까지
이 실험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 그 성격이 분명해진다. 2019년 맥도날드는 음성 인식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인공지능 주문의 첫발을 뗐다. 2021년에는 이 기술을 IBM에 넘기고 손을 잡으며 시범 매장을 늘려 갔다. 한동안은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2023년 엉뚱한 주문을 담는 영상들이 잇따라 퍼지면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4년 6월, 맥도날드는 IBM과의 협력을 끝내고 그해 7월 말까지 모든 시범 매장에서 이 시스템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5년에 걸친 야심 찬 실험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맥도날드가 실패를 감추기보다 비교적 담담하게 인정했다는 것이다. 회사는 이 기술이 여전히 가능성 있는 방향이라고 밝히면서도,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솔직하게 평가했다. 거대 기업이 수년간 투자한 프로젝트를 접는 결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손실을 키우기 전에 멈추는 것도 하나의 용기였다.

창구 뒤의 직원들
매장 안의 목소리는 화려한 발표와는 사뭇 달랐다. 시범 매장에서 일한 직원들은 인공지능이 주문을 틀릴 때마다 결국 사람이 나서야 했던 순간을 기억했다. 손님이 답답한 표정으로 창구를 바라볼 때, 직원은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와 주문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한 직원의 “손님이 화를 낼 때마다 결국 저희가 뛰어나가야 했다”는 말은 이 시스템의 현실을 압축한다. 일을 덜어 준다던 인공지능이 어떤 날에는 일을 하나 더 얹어 준 셈이었다. 기술이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기술의 실수를 수습하는 구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숫자가 남긴 것, 그리고 다음 행보
자동 주문 시스템은 미국 내 100개가 넘는 매장에서 약 3년간 시험을 거쳤다. 그러나 직원 없이 처리한 주문의 정확도는 약 85%에 그쳤고, 그 15%의 빈틈이 화면을 가득 채운 너겟 260개의 영상으로 세상에 각인됐다. 그럼에도 맥도날드가 손을 뗀 것은 인공지능 주문이라는 방향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나은 기술을 찾기 위해 잠시 멈춘 것에 가까웠다. 실제로 같은 시기 다른 패스트푸드 기업들은 저마다 다른 인공지능 회사와 손잡고 음성 주문 실험을 이어 가고 있었다. 맥도날드 역시 더 넓은 매장에 두루 쓸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계속 찾겠다고 밝혔다.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인공지능 도입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완성도라는 점이다. 준비되지 않은 기술을 서둘러 도입하면, 절약하려던 비용보다 더 큰 신뢰의 손실을 치르게 된다. 맥도날드의 후퇴는 패배가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값비싼 학습이었던 셈이다.

마치며: 사람의 말이라는 벽
맥도날드의 인공지능 주문 실험은 단순한 실패담이 아니라 하나의 교훈에 가깝다.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 그저 말로 주문을 하는 그 단순한 행동조차 기계에게는 넘기 힘든 벽이라는 사실이다. 사람의 말에는 소음과 망설임, 그리고 순간의 변덕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는 놀라운 성능을 내지만, 규칙이 무너지는 현실의 혼란 앞에서는 여전히 서툴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이 벽을 넘는 날이 오더라도, 창구 너머에서 웃으며 주문을 받아 주던 사람의 자리를 우리는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사람을 지우는 방향이 아니라, 사람이 더 잘하는 일에 집중하게 돕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을 이 사례는 조용히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