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원짜리 무인택시가 단 한 번의 밤에 멈춰 선 이유
2023년 10월의 어느 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도로에서 벌어진 단 한 번의 사고가 13조 원짜리 무인택시의 꿈을 통째로 멈춰 세웠다. 이 무인택시의 이름은 크루즈(Cruise)였고, 이 회사를 소유한 곳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 즉 GM이었다. 운전자 없이 도시를 누비던 미래의 상징이 어떻게 이토록 순식간에 무너졌을까. 그 이야기는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인 동시에, 사고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운전석이 빈 택시라는 미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몇 년 전부터 낯선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운전석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택시가 스스로 도로를 달렸다. 손님이 스마트폰으로 부르면 빈 운전석의 택시가 알아서 찾아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었다. 지붕 위에 달린 여러 센서들이 사방을 살피며 사람과 신호를 쉼 없이 읽어 냈다. 처음 이 광경을 마주한 시민들은 운전석이 텅 빈 채 스스로 방향을 트는 자동차를 신기하게, 때로는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무인택시는 점차 도시의 익숙한 일상 풍경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가는 듯 보였다. 적어도 그 운명의 밤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 무인택시는 곧 다가올 미래의 상징이었다. 졸지도, 취하지도, 한눈팔지도 않는 완벽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GM은 이 기술이 언젠가 자사를 자동차 제조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줄 것이라 믿었다. 자동차를 파는 회사에서, 이동이라는 서비스를 파는 회사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크루즈에 담긴 GM의 원대한 야망이었다. 한 대의 무인택시가 하루 종일 도시를 돌며 수익을 낸다면, 그 잠재력은 자동차를 한 번 팔고 끝나는 기존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투자자들이 40조 원에 육박하는 몸값을 기꺼이 매긴 이유도 바로 그 꿈 때문이었다.
자율주행에 미친 천재와 거대한 베팅
이 꿈을 이끈 사람은 카일 보그트(Kyle Vogt)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로봇과 자율주행에 미쳐 있던 천재 공학자였고, 그가 세운 스타트업 크루즈를 GM은 2016년에 거액을 주고 사들였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가 미래를 사기 위해 작은 스타트업에 통 크게 베팅한 것이다.

이후 크루즈에는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돈이 흘러 들어갔다. GM은 8년 동안 무려 13조 원, 달러로는 1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소프트뱅크와 혼다 같은 거물들도 앞다투어 투자에 뛰어들었고, 한때 크루즈의 몸값은 40조 원 가까이 치솟았다. 자율주행은 곧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보였다.

정점에서 벌어진 그날의 사고
크루즈의 상승세는 가팔랐다. 202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유료 운행을 시작했고, 2023년 8월에는 24시간 영업 허가까지 받아 냈다.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런데 바로 그 정점에서 사고가 벌어졌다. 2023년 10월 2일 밤, 한 보행자가 다른 차량에 먼저 치인 뒤 크루즈 차량 앞으로 튕겨 나왔고, 크루즈는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차를 멈추는 대신 도로 가장자리로 이동하면서 보행자를 약 6미터가량 끌고 갔다. 보행자는 크게 다쳤다.

문제는 사고 그 자체만이 아니었다. 크루즈가 규제 당국에 사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차량이 보행자를 끌고 간 결정적인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온전히 공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나중에 전체 영상이 드러나자, 이는 의도적인 축소로 받아들여졌다. 기술의 결함보다도 진실을 숨기려 했다는 인상이 훨씬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부당한 위험, 그리고 면허 정지
사고로부터 3주 뒤, 캘리포니아의 차량국은 크루즈의 무인택시가 대중에게 부당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하고 운행 면허를 즉시 정지시켰다. 크루즈는 샌프란시스코뿐 아니라 피닉스, 휴스턴, 오스틴 등 다른 도시의 운행도 전면 중단해야 했다. 미래를 달리던 택시는 그렇게 도로 위에서 강제로 멈춰 섰다.

파장은 회사 내부로도 번졌다. 창업자 카일 보그트는 사고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고, 크루즈는 전체 직원의 약 24퍼센트를 한꺼번에 내보내야 했다. 한때 미래의 상징이던 회사는 순식간에 위기의 대명사가 됐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24시간 영업 확대를 자랑하던 회사가, 이제는 모든 도시에서 바퀴를 멈춰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 극적인 반전은 자율주행 업계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고, 경쟁사들마저 서비스 확대 속도를 신중하게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홍보와 현실 사이의 거대한 간극
홍보 속 무인택시와 현실의 무인택시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 홍보 속 크루즈는 사람보다 안전한 운전자였다. 그러나 현실의 크루즈는 예상 밖의 사고를 냈고, 그 사고의 진실을 온전히 밝히지도 못했다. 완벽한 안전이라는 약속과 도로 위 현실 사이의 간극은 끝내 메워지지 않았다.

자율주행 기술은 정해진 규칙과 익숙한 상황에는 강했지만, 사람이 뒤엉킨 예측 불가능한 순간 앞에서는 여전히 취약했다. 문제는 이런 한계가 충분히 검증되기도 전에 무인택시가 실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안전보다 성장을 앞세운 속도가 결국 화를 부른 셈이다.
내부자가 털어놓은 진실
회사가 무너진 뒤, 내부의 목소리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오랫동안 자율주행을 개발해 온 한 전직 엔지니어는 기술의 가능성은 진짜였지만 세상에 내보내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고 털어놓았다. 회사가 완벽함보다 성장을 앞세웠다는 뼈아픈 고백이었다.

안전보다 속도를 택한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도로 위의 신뢰는 한번 무너지자 좀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자율주행처럼 사람의 생명이 걸린 기술일수록, 단 한 번의 사고와 단 한 번의 은폐가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드러났다.

숫자가 증언하는 비싼 꿈
크루즈가 남긴 숫자는 씁쓸하다. GM이 8년 동안 투자한 돈은 13조 원, 한때의 몸값은 40조 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회사는 직원의 24퍼센트를 내보냈고, 2024년 12월 GM은 무인택시 사업을 완전히 접겠다고 발표했다. GM은 로보택시 사업을 계속하려면 이미 투자한 1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13조 원이 향한 종착지는 텅 빈 차고였다.
이 숫자들이 특히 뼈아픈 이유는, 크루즈가 결코 무능한 회사가 아니었다는 데 있다. 오히려 크루즈는 한때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던 회사 중 하나로 꼽혔다. 수많은 도시에서 실제로 승객을 태우고 요금을 받는 상용 서비스를 운영한, 몇 안 되는 기업이었다. 기술도, 인재도, 돈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단 한 번의 사고와 그 뒤의 잘못된 대응이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이는 아무리 앞선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가진 회사라도, 신뢰라는 토대가 무너지면 순식간에 주저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보여 준다. 특히 사람의 생명이 걸린 분야에서, 신뢰는 그 어떤 기술적 성취보다도 앞서는 자산이다.
미래를 향한 무리한 질주
크루즈의 사례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미래로 가는 속도에 관한 것이다. 자율주행은 사람의 생명이 걸린 기술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분야보다 신중하고 투명해야 한다. 그러나 크루즈는 경쟁사보다 앞서기 위해, 그리고 막대한 투자금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 주기 위해, 검증이 충분히 끝나기도 전에 실제 도로로 뛰어들었다. 24시간 영업 허가를 받아 내며 자신감을 과시했지만, 그 자신감의 이면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안전 문제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문가들은 크루즈의 실패가 자율주행 기술 자체의 한계보다, 그 기술을 시장에 내놓는 방식의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경쟁사인 웨이모는 더 느리고 신중한 속도로 서비스를 확대하며 살아남았다. 같은 기술을 다루더라도, 안전과 투명성을 어디까지 지키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 것이다. 크루즈는 속도를 택했고, 그 대가는 회사의 존립 자체였다. 무리한 질주는 결국 가장 값비싼 실패로 돌아왔다.
미래로 가는 길, 속도의 대가
무인택시의 꿈은 결국 도로 위에서 멈춰 섰다. 기술은 분명 놀라웠지만, 완벽하지 않은 기술에 사람의 목숨을 맡기기엔 세상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어쩌면 진짜 문제는 사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였는지도 모른다. 만약 크루즈가 사고 직후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겸허하게 책임을 인정했다면, 결말은 달랐을 수도 있다.
크루즈의 몰락은 자율주행이라는 기술의 실패라기보다, 그 기술을 다루는 방식의 실패에 가깝다. 자율주행 기술 자체는 지금도 여러 회사에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다만 크루즈의 사례는, 미래로 가는 길에서 우리가 얼마나 빨리 달려도 되는지, 그리고 그 속도의 대가는 결국 누가 치르게 되는지를 무겁게 묻는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의 13조 원짜리 실험은 그 질문을 남기고 조용히 막을 내렸다.
크루즈의 이야기는 단순한 실패담이 아니다. 그것은 혁신을 좇는 모든 기업이 언젠가 마주하게 될 딜레마를 압축해 보여 준다. 너무 느리면 경쟁에서 뒤처지고, 너무 빠르면 감당할 수 없는 사고를 부른다. 특히 사람의 안전이 걸린 기술일수록, 단 한 번의 실수와 단 한 번의 은폐가 수년간 쌓아 올린 모든 것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크루즈가 13조 원과 8년의 시간을 들여 얻은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그럼에도 자율주행이라는 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GM은 무인택시 사업은 접었지만, 크루즈의 기술을 개인용 자율주행차 개발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언젠가는 더 안전하고 더 투명한 방식으로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다만 그날은, 화려한 발표나 막대한 투자금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안전도 소홀히 하지 않는 진짜 신뢰 위에서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크루즈가 남긴 텅 빈 차고는, 그 신뢰가 얼마나 무겁고 값진 것인지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