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AI

700명이 AI인 척했다: 2조 원 유니콘 Builder.ai 붕괴의 전말

700명이 AI인 척했다: 2조 원 유니콘 Builder.ai 붕괴의 전말

광고 · 쿠팡 파트너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인공지능이 사실은 사람이었다

2025년 5월, 영국 런던의 한 스타트업이 조용히 무너졌다. 회사의 이름은 빌더 도트 에이아이(Builder.ai)였다. 한때 기업 가치가 2조 원을 넘겼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카타르 투자청 같은 거물들이 앞다투어 돈을 넣은 곳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자랑하던 인공지능 나타샤의 정체가 드러나자 세상은 경악했다. 화려한 AI 뒤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던 것은 인도의 엔지니어 약 700명이었다. 사람이 밤새 손으로 코드를 두드리며 인공지능인 척 연기했다는 것이다. 이 거대한 거짓말은 무려 8년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들키지 않았다.

scene-2

나타샤라는 마법의 약속

이야기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 사친 데브 두갈(Sachin Dev Duggal)은 대담한 약속을 내걸었다. 앱을 만드는 일이 피자를 주문하는 것처럼 쉬워진다는 것이었다. 코딩을 전혀 몰라도, 원하는 앱을 말로 설명하기만 하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완성해 준다는 개념이었다. 그 인공지능의 이름이 바로 나타샤였다. 사용자가 채팅으로 아이디어를 던지면 나타샤가 부품을 조립하듯 앱을 만들어 준다는 설명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회사 이름도 처음에는 엔지니어 도트 에이아이(Engineer.ai)였다가 나중에 빌더 도트 에이아이로 바뀌었다. 노코드 개발이라는 시대의 흐름과 맞물리며, 이 약속은 순식간에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갈은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최고 마법사(Chief Wizard)라고 부를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무대에 오르면 청중을 사로잡는 재주가 있었고, 앱 개발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처리한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은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화술과 비전은 곧 자금으로 이어졌다.

scene-3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결정적 간판

2023년,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빌더 도트 에이아이에 직접 투자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순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이 회사의 플랫폼을 통합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카타르 투자청도 큰돈을 보탰다. 이렇게 모인 투자금은 4억 5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6천억 원이 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간판은 그 어떤 홍보 문구보다 강력했다. 세계적인 대기업이 손을 잡은 순간, 사람들의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scene-4

이미 울렸던 경고음

사실 경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2019년, 한 유명 경제지가 나타샤 뒤에 사람이 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인공지능이라고 홍보하는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실제로는 인간 엔지니어가 수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경고는 곧 잊혔다. 회사는 계속 성장했고, 투자자들은 미래의 가능성에 베팅했다. 위험 신호가 분명히 있었지만, 아무도 멈춰 서서 무대 뒤를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scene-5

매출의 진실: 4배 부풀리기

회사가 파산 직전에 몰리자, 외부 회계사들이 마침내 장부를 열어봤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빌더 도트 에이아이는 2024년 매출이 2억 2천만 달러라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감사가 밝힌 실제 매출은 5천만 달러 남짓에 불과했다. 무려 4배를 부풀린 것이다. 겉으로 보이던 숫자의 4분의 3이 사실상 허공에 떠 있던 셈이었다. 투자자들은 바로 이 가짜 숫자를 근거로 돈을 넣었다. 종이 위의 화려한 성공은 정교하게 조작된 환상이었다.

scene-6

돌려막기: 존재하지 않는 거래

매출을 부풀린 방법은 이른바 돌려막기(round-tripping)였다. 보도에 따르면 빌더 도트 에이아이는 인도의 한 기업과 짜고 서로에게 거의 똑같은 청구서를 주고받았다. 실제로 오간 서비스는 없는데도 장부에는 매출로 기록됐다. 두 회사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이런 방식으로 주고받은 금액은 약 1억 8천만 달러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한쪽이 돈을 보내면 다른 쪽이 비슷한 금액을 되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아무런 실체 없이 매출 숫자만 키운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숫자는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 주었다.

scene-7

인도 억양을 감춰라

환상을 지키기 위한 지침은 놀랄 만큼 치밀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도의 엔지니어들에게는 은밀한 명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고객과 소통할 때 인도 억양이 드러나는 표현을 쓰지 말고, 무조건 런던의 업무 시간에 맞춰 답장하라는 것이었다. 고객이 사람과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였다. 나타샤가 답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진짜 사람이 밤새 인공지능의 역할을 대신 연기하고 있었던 셈이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전문가가 과장된 표현이라고 반박하기도 해, 사람의 개입 정도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남아 있다.

scene-8

홍보와 현실 사이의 거대한 간극

세상에 알려진 나타샤와 화면 뒤의 나타샤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 홍보 속 나타샤는 버튼 하나로 스스로 앱을 완성하는 완벽한 인공지능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나타샤는 인도의 사무실에서 수백 명이 밤을 새워 코드를 짜는 노동이었다. 고객이 요청을 보낼 때마다 사람이 그 요청을 읽고 직접 만들었다. 자동화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마케팅이 그려낸 이미지와 실제 운영 방식 사이의 이 거리가, 결국 회사를 삼켜 버린 근본 원인이었다.

scene-9

내부자들의 뒤늦은 고백

회사가 무너진 뒤, 내부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증언이 하나둘 흘러나왔다. 한 전직 직원은 회사를 떠난 뒤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신들이 한 일은 인공지능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인 척 연기한 것에 가까웠다는 고백이었다. 매일 사람이 하던 작업이 나타샤의 결과물로 둔갑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는 것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직원도 많았지만, 거대한 회사와 화려한 명성 앞에서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았다. 진실은 회사가 완전히 무너지고 나서야 세상에 온전히 드러났다.

scene-10

무너진 유니콘이 남긴 숫자들

빌더 도트 에이아이가 남긴 숫자는 씁쓸하다. 한때 이 회사의 몸값은 2조 원에 달했지만, 투자자들이 넣은 6천억 원은 대부분 허공으로 사라졌다. 파산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한 채권자가 회사 계좌에서 약 3천700만 달러를 회수한 사건이었다. 순식간에 5개 나라에 걸친 사업이 한꺼번에 멈춰 섰다. 후임 경영진은 전체 직원의 약 80퍼센트, 대략 1천 명을 내보내야 했다. 나타샤를 대신하던 사람들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빌더 도트 에이아이가 남긴 교훈

빌더 도트 에이아이의 몰락은 단순한 한 회사의 사기 사건으로만 볼 수 없다. 그것은 인공지능 열풍이 만들어 낸 시대의 그림자를 그대로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가리켜 인공지능 세탁, 즉 에이아이 워싱(AI washing)이라고 부른다. 실제로는 사람이 하는 일이거나 단순한 자동화에 불과한 서비스를, 마치 첨단 인공지능이 처리하는 것처럼 포장해 투자와 관심을 끌어모으는 행태를 말한다. 빌더 도트 에이아이는 그 극단적인 사례였을 뿐, 비슷한 유혹은 지금도 곳곳에 존재한다.

이 사건이 특히 뼈아픈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자들조차 8년 동안 진실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카타르 투자청 같은 거물들이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다른 투자자들의 판단을 마비시켰다. 유명한 이름이 곧 검증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이름들도 무대 뒤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겉으로 드러난 매출 숫자와 화려한 데모만으로 회사의 가치를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은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다. 어떤 서비스가 인공지능이라고 주장할 때, 그 인공지능이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사람의 개입은 어느 정도인지, 매출은 진짜 고객으로부터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기술이 화려할수록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는 역설을, 빌더 도트 에이아이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증명한 셈이다.

intro

나타샤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나타샤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 화려한 인공지능의 자리에는 지친 사람들의 밤샘이 있었을 뿐이다. 빌더 도트 에이아이의 몰락은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진짜 인공지능을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잘 꾸며진 무대를 보고 있는 것일까. 화려한 이름과 유명한 투자자의 존재만으로 진실을 판단할 수는 없다. 때로는 무대 뒤를 직접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700명이 사람의 손으로 떠받치던 그 회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의 정직한 증언 앞에서 마침내 무너졌다.

그런데 어쩌면 빌더 도트 에이아이가 남긴 가장 큰 비극은, 그들이 약속한 미래가 완전한 거짓만은 아니었다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앱 개발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비전 자체는 분명 매력적이었고, 실제로 많은 기업이 지금도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미래를 이미 도달한 것처럼 꾸며 냈다는 점이다. 만약 700명의 노동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인공지능은 아직 개발 중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면 어땠을까. 회사는 조금 덜 화려했겠지만, 최소한 8년 뒤에 이런 방식으로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타샤가 세상에 약속했던 것처럼, 말 한마디로 앱이 완성되는 날이 정말로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화려한 홍보 뒤에 감춰진 진짜 모습을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빌더 도트 에이아이가 우리 모두에게 남긴 것은 그저 실패한 기술의 한 사례가 아니라, 정직함의 가치에 대한 매우 값비싼 교훈이다. 화려한 무대 위의 그럴듯한 마법보다, 조용한 무대 뒤에 감춰진 진실을 똑바로 볼 줄 아는 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다.

광고 · AliExpress

AliExpress 추천 상품

이 링크를 통해 구매 시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com/watch?v=dcnbdojgfu4